2024년 대한민국 친위 쿠데타 사태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의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의 형식을 취해 일으킨 친위 쿠데타와 그 이후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일컫는다.
사건의 명칭
사건 초기에는 '비상계엄 사태’과 같은 이름으로 지칭했으나,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형식적 절차조차 갖추지 못했고, 선포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불법적, 위헌적 행위였음이 밝혀지면서 사건의 명칭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었다. 야당은 '내란 사태’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며 윤석열을 비롯해 사태를 일으킨 주요 인물들에 대한 내란죄가 성립함을 강조했다.
이 사태에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행위는 그 요건부터 절차까지 모두 불법적으로 이뤄졌기에, 윤석열은 헌법에 규정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아니라, 비상계엄이라는 외적인 형식만을 취함으로써 국회를 전복하고자 군을 동원한 내란행위라고 봐야한다. 내란이라는 행위는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때 윤석열의 내란행위는 주요 목적인 입법부의 무력화와 이를 통한 권력의 강화를 위한 선택한 수단이자 결과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쿠데타(coup ďÉtat)는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는 일로, 지배 계급 내부의 단순한 권력 이동으로 이뤄지기에 체제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혁명과는 구별된다. 친위 쿠데타는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집권하고 있는 권력자가 더 큰 권력을 얻거나 요구하기 위해 불법적인 수단으로 벌이는 쿠데타를 말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2024년 12월 3일 이후 일련의 사건들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로 인한 사태라고 명명하는 것이 사건의 본질을 더욱 잘 드러낼 것이다.
노트
2025-03-27
충격적인 경험을 한 날은 그날의 인상적이지 않은 순간들까지도 모두 기억에 남는다. 작년 12월 3일도 그랬다. 출근 둘째 날이었고, 이것저것 교육을 듣느라 종일 정신이 없었다.
7시쯤 퇴근해 저녁을 먹고 TV를 보면서 내 인사 정보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슬랙 메시지가 왔다. PD수첩이 나오고 있는 MBC를 비롯해, 지상파 어디에서도 속보조차 뜨지 않아 가짜뉴스에 낚였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뉴스에 들어가자 단신이 몇 개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어?"하는 소리를 내자 옆에 있던 아버지가 나를 돌아보셨다. “윤석열이 계엄 선포했어요”, 아버지는 되려 그런 가짜뉴스 보지말라며 웃으셨다. 그리고 바로 리모컨을 잡고 YTN을 틀자, 윤석열이 격앙된 목소리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었다. 나와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화면만 봤다. 정말 '계엄’이라는 단어을 꺼내는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종북좌파니, 반국세력이니하는, 기념일 연설마다 반복하던 헛소리에 이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그 말이 나왔다.
최루탄이 터지는 6월 항쟁 자료영상들과 군인이 민간인을 폭행하는 5.18 광주에서의 사진들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오늘 이 시간부로 끝을 알 수 없는 암흑기가 시작된다는 생각부터 수 십년이 지난 훗날, 독재가 당연해진 한국 사회에서 이 순간을 돌아보는 상상까지 했다.
아버지는 국회가 계엄을 해제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계엄을 해제해도 우리가 절대로 계엄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만 같아서 암담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작년 12월 3일 밤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윤석열이 파면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 결정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 자체가 위협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위 쿠데타를 옹호하는 이들은 점점 고무되어 응집하고, 무관심한 이들은 피로감으로 인해 흩어져 버린다.
2025-01-30
'내란’이라고 하면 형법상 내란죄와 헷갈리니 정확히 '친위쿠데타’라고 하면 좋겠다. 특히 "탄핵소추의결서에서 내란죄를 제외했으니 헌재가 내란을 심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너무 많다.
형법 제87조의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1)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2) 폭동을 일으켜야 한다. 비상계엄 선포를 비롯한 이 사태가 내란이 아니라는 주장의 요지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도 아니었고, 군이 적극적으로 무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니 폭동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하기 위한 구성요건에 불과하다.
우리가 12월 3일 이후로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는 내란죄에서 다루지 않는 것들도 있다.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 시설을 점거한 것,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의 내용, 관저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헌법 위반이다. 또한 비상계엄 선포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계엄법 위반이다.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하는가는 법원에서 다퉈야 할 사안이지만, 이 모든 사태가 윤석열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으킨 친위쿠데타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2025-01-08
정규재가 100분 토론에 나와서 주장한 "대통령의 체포는 이제 정치 문제가 되었으니 섬세하게 다뤄야한다"에 대해…
- 정치 문제가 된 것은 맞다. 내란 즉시 대통령을 긴급체포하지 못하는 바람에 여당이 방어논리를 만들었고, 기댈 곳을 찾은 여당 지지자들이 이에 편승했다.
- 자명한 내란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이유가 덧붙여지면서 멀리서 보면 일상적인 여당과 야당의 정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중도 보수는 부화뇌동하고, 정치 무관여층은 양비론에 이끌린다. 윤석열을 비롯해 내란에 가담한 이들과 국민의힘의 전략이다.
- 정작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모든 사안을 “법대로” 다뤘다.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어떠한 사안도 사과하지 않았고, 막대한 정치적 부담을 가져아할 거부권을 남발했다. 정치로 풀어야할 문제를 시종일관 법으로 풀려했다.
- 그런데 이제와서 법이 아니라 정치 문제라고 한다. “내란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재명이 대통령되면 안 되니 윤석열을 탄핵하면 안 된다” 수준의 주장을 하면서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섬세하게 다뤄야한다고 말하면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2025-01-03
『2013헌다1 통합진보당 해산』을 읽었다. 정당해산 결정의 요지는 이렇다: 2012년 부정경선과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등을 원인으로 당내 평등파 계열 인사들이 탈당하면서 자주파 계열이 통진당의 주도세력을 장악했다. 주도세력 인사들의 발언과 출판물을 봤을 때 이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진정한 목적은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현에 있다고 보인다. 내란 관련 사건은 이러한 목적을 명백히 드러낸 활동이다. 당대표와 소속 국회의원,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자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따라서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저촉된다.
지금 국민의힘은 어떨까? 당원인 윤석열의 내란행위에는 실행의 착수가 있었고, 당대표와 원내대표, 소속 국회의원,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자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내란행위를 옹호했다. 오직 여당으로서 권력를 유지하고자 하는 정당의 목적과 이를 위해 내란 우두머리를 옹호하는 정당의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
2024-12-22
지난 2016년 경찰버스에 붙인 스티커를 시민들이 직접 떼어내던 사진이 떠오른다. 그리고 지난 밤 남태령에서 체포된 동료 시민을 프락치로 의심하면서까지 평화시위라는 결백함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집회가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역설적으로 시민으로서의 연대의식이 부재하여 강요받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운동이 대중적 지지를 받으려면 민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 나는 좀 서글프다.
2024-12-21
국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국힘을 대신할만한 정당이 없다.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믿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 성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한강의 기적을 추억하는 사람들, 이재명이 싫은 사람들… 현재로서는 이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국힘을 해체한다해도 그 다음이 걱정된다.
2024-12-18
솔직히 나는 윤석열이 보수를 망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석열은 애초에 보수가 망가진 상태였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진정한 보수는 이렇지 않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오래 방관했고, 그 이상적인 보수의 모습조차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다. 지금 국힘은 진정한 한국 보수 그 자체다. 그렇다면 한국 역사에서 보수가 망가지지 않았던 적이 있나? 나는 보수가 지키고자한다는 사회의 기존 가치, 기존 질서라는게 한국에서 건강하게 작동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2024-12-15
밀어내는 것보다 그 공백을 채우는 과정이 어렵다… 공백을 각자의 이상으로 채우고자 하며 분열하는 것이 가장 흔했고, 순간적으로 폭발한 국민적 관심이 조직되지 못하고 동력을 잃으며 인식 이상의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하기도 했다. 내란이라는 거대한 충격만큼, 2017년의 한계를 뛰어넘는 변화가 이어지면 좋겠다.
2024-12-04
야당의 폭주를 알리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대통령. 진짜 그런 기대에 이르렀다면, 감액 예산안을 비롯한 야당의 행동이 '폭주’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인식이 대통령에게 있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비상계엄을 통해 정국을 한번 흔들어주면 책임이 야당에게 쏠리며 지금까지의 모든 위기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설마 그런 기대를 했든, 야당이 종북주사파반국가 세력이라서 소탕해야 한다고 생각했든, 망상에 가까운 현실 인식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