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노이즈』
돈 드릴로, 『화이트 노이즈』, 강미숙 역, 창비, 2022.
현대 사회에 산다는 것.
물질 문명은 죽음을 일상으로부터 철저히 격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도처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에 불과했다. 테크놀로지는 죽음과 맞서는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죽음을 가져왔다. 이제 죽음은 전 인류를 몰살할 정도의 힘을 가졌으면서도, 보이지 않게 신체에 축적되며 서서히 인간을 잠식한다.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피상적인 정보, 대중문화, 브랜드는 죽음의 소리를 묻어 버리는 화이트 노이즈다. 슈퍼마켓은 소비 행위를 통해 죽음을 잊게 만드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악의없는 사람들마저 재난의 스펙타클에 빠져들며 죽음이 먼 곳에 있음을 확인하고 안도한다.
물화되어 삶으로부터 소외된 개인이 살아있음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는, 역설적으로 죽음을 직시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