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자서전』

마리-헐린 버티노, “외계인 자서전”, 김지원 역, 은행나무, 2025

주인공 아디나는 외계 생명체로서, 지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상관에게 팩스로 보고한다.

아디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으며 자라고,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며 느끼는 외로움은 아디나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아디나는 자신의 보고서를 엮어 책으로 출간한다. 세상은 아디나가 외계인인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다거나, 외계인이란 현대인의 외로움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용어라거나, 아디나가 일종의 행위예술을 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심지어 애인 미겔은 아디나를 이해하며, 자신도 외계인이라고 말하지만, 아디나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마리-헐린 버티노의 책을 읽는 독자와 아디나의 책을 읽는 독자 모두)는 아디나가 정말 외계인인지, 비유인지, 망상인지 의심한다. 아디나는 소설 속 인물들로부터 소외되는 동시에, 독자들로부터도 소외된다. 아디나가 경험하는 소외가 지면을 넘어 실체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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